허허벌판에 6800억 승부수…부활과 악몽 사이 스포츠타운 [소멸 리포트]
한국경제경제2026-06-02 10:24

허허벌판에 6800억 승부수…부활과 악몽 사이 스포츠타운 [소멸 리포트]

요약

전북 전주에서 복합스포츠타운 조성 사업이 공정 지연으로 잠정 중단되었으며, 올림픽 유치를 통해 지역 발전을 도모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은 서로 다른 구상을 내놓고 있지만, 과거의 적자 사례로 인해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인사이트

전북의 스포츠타운과 올림픽 유치는 지역 경제 활성화의 기회이지만, 제대로 된 사후 관리 계획이 없다면 과거와 같은 경제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전체 기사 내용

전주 복합스포츠타운 가보니 공정 지연 속 적막 지방선거 앞두고 전북 올림픽 유치전 쟁점화 총 6800억 투입…인천·평창 적자 사례 우려 사후 관리 관건…李 체육 고도화·金 산업화 방점 전북 전주시 덕진구 장동 일대 전주 복합스포츠타운 조성 현장. /사진=김희선 기자 ◇ 예전 같지 않은 전북의 승부수 그래프=신현보 기자 전북 전주시 덕진구 장동 복합스포츠타운 부지 내 신축 전주야구장 공사 현장. 외벽 펜스 너머로 경기장 골조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영상=김희선 기자 ◇ 올림픽 유치전도 선거 쟁점…후보별 구상은 온도 차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 인천·평창이 남긴 경고 출처=한국스포츠산업/경영학회지 올림픽을 보겠다는 미국 시청자 여론조사. 올림픽을 보겠다는 응답자 비율이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출처=갤럽 ◇ 유권자에 남은 질문 전북 전주시 덕진구 장동 일대 복합스포츠타운 조성 부지. 체육시설 건립 공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주변은 대부분 공터 상태다. /영상=김희선 기자 지난달 28일 찾은 전북 전주시 덕진구 장동 복합스포츠타운에는 짓다 만 실내체육관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습니다. 비가 막 지나간 잿빛 하늘과 어우러지니, 스산한 느낌이 더 했습니다. 키 큰 풀이 아무렇게나 자란 체육관 주변에 사람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공사장 주변을 지키는 건 주유소 서너개가 전부였습니다.2036년 하계 올림픽 유치를 위해 전북특별자치도가 내세운 '국제 스포츠 도시'의 꿈은 아직 현실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총 6800억원이 투입되는 복합스포츠타운 조성 사업은 지난 겨울 이후 사실상 멈추어 섰고, 이로 인해 준공 시점도 하나둘 내년 이후로 밀렸습니다. "이 시설을 활용해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유치하겠다"는 지방선거 후보자들의 약속에 지역민들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유입니다.전북은 최근 외국인 관광객이 늘고 있지만, 청년층을 중심으로 인구는 줄어들고 있습니다. 지역 성장세도 더딘 상황이죠. 지난 10년간 전북의 연평균 실질 성장률은 1.16%로, 전국 평균 2.52%를 크게 밑돌았습니다. 17개 시도 가운데 14위에 머무르는 수준입니다.이런 고민을 돌파하기 위해 전북이 내민 카드가 하계 올림픽 유치입니다. 전주에서 만난 시민 A씨는 "전주의 자랑인 한옥마을의 힘도 예전만 못하다"며 "올림픽을 유치하면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들이 대거 들어오면서 지역 상권도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전북은 올림픽을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가 아니라 지역 재도약의 계기로 삼고 있습니다. 전북지사 선거에서 맞붙은 후보들도 올림픽 유치와 관련해선 한마음 한뜻입니다. 물론 사업 구상에선 온도 차가 있지만요.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전북도지사 후보는 서울과의 공동 개최를 언급했습니다. 그는 "이재명 정부에서 남북 관계가 개선돼 전주에서 서울, 평양으로 연결되는 올림픽을 그리면 세계적인 올림픽이 되지 않을까 구상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이 후보 구상대로라면 전주 단독 개최 부담을 줄이고 서울의 교통·숙박·경기장 인프라를 활용하는 묘수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전북에 돌아오는 몫은 줄어들겠죠.반면 무소속 김관영 후보는 도지사 재임 시절부터 저비용·고효율 모델을 강조해왔습니다. 40조원이 투입된 베이징올림픽을 제외하면 2000년 이후 올림픽 평균 비용은 약 16조원 수준인데, 김 후보는 이를 약 7조원으로 줄여 기존 시설과 임시시설을 최대한 활용하는 '가성비 올림픽'을 치르겠다고 역설합니다.일부 종목은 서울에서 치러 경기장 신축 부담을 줄이고, 숙박난 해소를 위해 새만금 신항에 크루즈를 정박시키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전주는 한옥마을과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라는 브랜드를 갖고 있습니다. 전북 전체로 넓히면 군산 근대문화유산과 익산 백제역사유적지구 등 볼거리와 먹거리가 적지 않습니다. 올림픽을 치를만한 관광·상권 인프라를 갖춘 셈입니다. 최근 관광객 지표가 개선된 것도 전북이 올림픽 유치에 자신감을 갖게 된 대목으로 꼽힙니다. 이를 토대로 전북은 대한체육회가 주관한 올림픽 후보 도시 선정에서 서울을 꺾었습니다.올림픽 유치까지는 다른 나라와의 경쟁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더 중요한 건 유치 여부를 떠나 지역 자산을 전북의 체류·소비·재방문으로 얼마나 연결할 수 있느냐입니다. 지역민들은 올림픽을 맞아 새로 짓는 경기장이 지역 경제를 살릴 '구원투수'가 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올림픽 이후 마땅한 활용처를 찾지 못하면 적자만 안겨주는 애물단지가 되기 때문입니다.2014년 아시안게임을 치른 인천이 그랬습니다. 당시 새로 지은 경기장 16곳은 2015~2017년 관리예산으로 606억원이 들어갔지만 수입은 252억원에 그쳐 누적 적자가 354억원에 달했습니다. 2018년 동계 올림픽을 개최한 강원도 평창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활용도가 떨어지는 경기장을 운영하기 위해 매년 수십억 원씩 세금을 투입하고 있습니다.연구 결과들도 대체로 비슷한 방향을 가리킵니다. 스포츠 이벤트 유치와 시설 건립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장기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입니다. 일부 지역은 행사 이후 관광객 유입이 오히려 줄었고, 건설업을 제외하면 성장 효과도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성균관대·영남대 연구팀은 2012년 한국스포츠산업·경영학회지 논문에서 "메가 스포츠 이벤트의 장기적 지역경제 효과는 미흡했고 취업자 증가와 관광객 유입 등 일부 분야에서만 단기 효과가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2023년 새만금에서 열린 '잼버리 악몽'을 눈앞에서 경험한 전북도민들의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한 60대 택시 기사는 "마치 '승자의 저주'처럼 올림픽을 개최하면 잠깐 좋을 수 있지만 이후 적절한 활용처를 찾지 못하면 세금만 축낼 수 있다"며 "전주 월드컵경기장만 봐도 결국 유지·보수 비용을 전주시 예산으로 감당하고 있지 않으냐"고 말했습니다.최근 들어 올림픽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예전만 못하다는 것도 변수로 꼽힙니다. 볼거리와 콘텐츠 선택지가 다양해진 데다 국가주의 열풍도 약해지면서 대형 국제 스포츠 이벤트의 흡인력이 과거만 못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핵심은 사후 관리 계획입니다. 유치 이후 시설을 어떻게 활용하고 지역 경제와 연결할지가 가장 중요한 과제입니다.이 후보 측은 이 시설을 활용해 생활체육과 엘리트 체육 전반을 고도화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했습니다. 김 후보는 올림픽뿐 아니라 프로야구, K팝 아레나, e스포츠 등을 묶어 전북의 성장산업으로 키우겠다는 공약을 내놨습니다. 어떤 방향이 사후 경기장 활용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 더 도움이 될까요.국민 건강 증진과 체육 산업 육성, 지역 경제 효과까지 함께 이뤄낼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입니다. 올림픽 표어는 '더 빠르게, 더 높게, 더 강하게, 함께(Faster, Higher, Stronger, Together)'입니다. 전북 역시 도민과 함께 더 빠르게, 더 높게, 더 강하게 도약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신현보/전북 전주=김희선 한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