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상인 취급 좀 당해봤다? 우대합니다”...대학생 ‘최고 스펙’ 따로 있다는데
매일경제사회2026-06-02 08:52

“잡상인 취급 좀 당해봤다? 우대합니다”...대학생 ‘최고 스펙’ 따로 있다는데

요약

건국대 창업지원본부장 배성준 교수는 학생 창업의 성공 열쇠로 유연성, 동업, 끈기를 강조하며 창업 생태계 조성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매년 76개 학생 창업기업을 배출하며 최고 스펙으로 주목받는 건국대의 창업 문화와 교육 방법에 대해 인터뷰했다.

전체 기사 내용

학생창업 1위 이끈 배성준 건국대 창업지원본부장 인터뷰 작년 76개社 창업 ‘전국 1위’ 매출 40억원 기업도 탄생 VC출신, 매학기 300명 교육 美 CES 보내 실전 몸풀기도 교실선 못배우는 끈기 얻고 과정도 전부 경험자산 남아 꼭 한번씩 창업 도전해보길 사진 확대 배성준 건국대 창업지원본부장. [한주형기자] “미래 세대에겐 엉덩이 붙이고 오래 앉아 있는 힘보다, 열 번 열두 번 나무를 찍어보는 끈기가 더 중요합니다. 그 끈기를 길러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창업입니다.” 대학에서 가르치는 지식이 1년이면 유효기한을 다하는 시대, 대학들도 ‘스스로 길을 만드는 인재’를 어떻게 육성할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작년 학생 창업기업 수 전국 1위(76개 업체)를 기록한 건국대가 창업 선도 대학으로 주목받고 있다. 학생들에게 ‘실패해도 괜찮은 운동장’을 만들어주고 있는 배성준 건국대 창업지원본부장(44)을 만나 그 비결을 들어봤다. ◆ 학생 창업 성공 열쇠는 ‘유연성·동업·끈기’ 배 본부장은 2016년 건국대 환경공학 및 수처리 전공 교수로 임용돼 연구에 집중하던 학자였다. 처음부터 창업과는 거리가 가까운 건 아니었다. 부임 이후 건국대가 본격적으로 창업 지원에 힘을 싣기 시작하면서 관련 보직을 하나둘 맡게 됐고, 학생 창업 현장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생각은 180도 바뀌었다. 그는 “창업에 성공한 학생들이 더 이상 단순한 학생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한 사람의 최고경영자(CEO)이자, 때로는 오히려 더 많은 교훈을 주는 선배 창업가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고 말했다. 배 본부장이 본 창업에 성공한 학생들의 특징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조언에 귀 기울이는 능력이다. 그는 “창업동아리에 처음 온 학생들이 하는 가장 큰 착각이 자기 아이디어가 너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라며 “교수·동료들의 조언을 새겨들어 빠르게 방향을 전환하는 유연한 학생들의 창업 성공률이 높다”고 말했다. 둘째, 동업에 대한 열린 자세다. 배 본부장은 “특히 학생 때는 혼자 창업의 전 과정을 감당하기는 어렵다”며 “학교에서도 팀을 만들고 부족한 역량을 채워줄 동료를 매칭해준다”고 말했다. 개발·마케팅·영업 등 서로 다른 지식을 갖고 상호보완적인 팀이 됐을 때 창업 성공률이 높다는 얘기다. 마지막으로는 끈기다. 배 본부장은 “창업은 열에 아홉은 거절당하고 잡상인 취급도 받는 과정”이라며 “주변의 냉담한 반응에도 포기하지 않고 고객을 만나고 아이템을 알리는 학생들이 결국 성과를 낸다”고 말했다. 사진 확대 ◆ 생태계 만들고 학과 융합…건국대 1위 비결 배 본부장은 건국대가 학생창업 전국 1위를 유지하는 배경으로 △교육·사업화·투자를 잇는 창업 생태계 조성 △전담교수와 선배 창업가가 참여하는 멘토링·팀빌딩 시스템 △수의학·바이오·AI·문화콘텐츠 등 다양한 전공이 창업으로 연결되는 융합형 학과 구조를 꼽았다. 먼저 매 학기 300명 규모의 ‘KU창업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은 사업계획서 작성부터 문제를 구조화하는 방법, 아이디어를 실제 사업 모델로 발전시키는 과정을 단계적으로 훈련받는다. 특히 벤처투자(VC) 업계 출신 교수들과 선배 창업 멘토들로부터 직접 아이디어 개발과 피드백을 받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창업 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투자도 아끼지 않는다. 건국대는 ‘글로벌 스타트업 프런티어’라는 이름으로 매년 학부생들을 미국 CES에 파견한다. 배 본부장은 “창업에 관심 있는 학생들 외에도 성적·어학 우수 학생들을 보내 일부러 생각을 섞으려 노력한다”며 “학생들이 CES를 다녀오면 눈빛 자체가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건국대의 다채로운 학과 구성도 강점으로 꼽힌다. 수의학·바이오 전통을 기반으로 다양한 아이디어가 접목되면서 K뷰티·펫케어·식품 등 특화 분야 창업이 활발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처음에는 공대 계열 학생들의 참여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기술경영, 문화콘텐츠학과 등 문과 계열까지 창업 열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강점을 바탕으로 실제 학생 창업 기업이 성장하는 사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산업공학과에 재학하는 김효재 군이 설립한 ‘주식회사 쭉(ZOOC)’은 이벤트 용품 맞춤 생산·효율화를 사업 모델로 삼아 삼성전자·카카오·CJ 등 대기업에도 납품하고 있다. 올해는 40억~5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으며 미국과 일본 시장 진출도 준비 중이다. 김군은 과거 음악인을 위한 포트폴리오 서비스 ‘브레맨’을 매각한 뒤 재창업을 경험한 학생 창업자다. ◆ “실패해도 괜찮은 유일한 시기 놓치지 말길” 배 본부장은 창업 교육의 가장 큰 성과로 학생들의 사고방식이 자기주도적으로 변한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고시나 취업은 합격이라는 목표가 명확하지만, 창업은 목표가 하나로 정해져 있지 않다”며 “누군가는 국내 시장을, 또 다른 누군가는 해외 진출이나 피보팅 경험 자체를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처럼 창업은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그 과정을 만들어가는 활동”이라며 “과정에서 얻는 경험과 성취가 학생들에겐 엄청난 자산이 된다”고 강조했다. 배 본부장은 “아직도 창업에 소극적인 학생들이 많고, 졸업이 가까워질수록 취업으로 결국 선회하는 학생이 대다수”라고 아쉬워했다. 그럼에도 그는 창업이 실패 과정까지 오롯이 인정받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활동이며, 대학생은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시기라고 말한다. “학생 창업은 젊음, 학교의 지원, 아이디어 세 가지만 있으면 가능합니다. 지원도 크게 늘었고, 젊음은 이미 충분하지 않나요?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면 지금 당장 도전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