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감정관의 호소 …"DNA 증거 상호검증 계속돼야"
매일경제사회2026-06-02 08:48

대검 감정관의 호소 …"DNA 증거 상호검증 계속돼야"

요약

대검 DNA 감정관들이 DNA 재감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기소와 공판 단계에서의 증거 확인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절차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국과수의 초기 감정 결과와의 교차 검증을 통해 억울한 누명을 방지하고 진범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전체 기사 내용

대검 DNA·화학분석과 인터뷰 국과수 1차 감정 뒤 남은 의문 기소·공판단계서 재검증 기회 대검 과수부가 새증거 찾거나 범행 정황 상세히 밝혀내기도 '무학산 살인사건' 수사과정선 범인몰린 약초꾼 누명 풀어내 특정 기관에 감정기능 쏠리면 교차검증 안돼 통합 신중해야 사진 확대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에서 대검찰청 과학수사부 DNA·화학분석과 소속 박수정 연구관, 엄태희 DNA 감정관, 최연경 연구사(왼쪽부터)가 DNA 감정 결과를 보며 의견을 나누고 있다. 김재훈 기자 사진 확대 "DNA를 대검찰청에서 한 번 더 검증해 놓쳤던 진범을 잡기도 하고, 억울한 사람이 풀려나기도 합니다. 우리마저 못 찾으면 끝이란 생각으로 DNA 단서를 들여다봅니다."대검찰청 DNA·화학분석과 박수정 연구관, 최연경 연구사, 엄태희 DNA 감정관은 최근 매일경제신문과 만나 대검 DNA 재감정의 역할을 이같이 설명했다. 오는 10월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신설을 앞두고 대검 과학수사부의 DNA 감정 기능을 타 기관으로 이관하는 방안이 논의 중이다. 검찰이 공소청으로 바뀌면 더 이상 수사를 안 하는데 굳이 DNA 감정 기구를 갖고 있을 필요가 없지 않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감정관들은 대검의 재감정이 기소 여부를 판단하고 공소유지를 하는 단계에서 증거를 정밀하게 가려내기 위해 꼭 필요한 절차라고 강조했다.◆ 유무죄 검증 마지막 보루사건 현장에는 피해자와 피의자, 제3자의 DNA가 뒤섞여 있는 경우가 많다. 행정안전부 소속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초동수사 단계에서 중요한 흔적을 추려낸다면 대검찰청 과학수사부는 기소·공판 단계에서 더 촘촘한 기준으로 미세한 흔적까지 다시 살핀다. 두 기관이 감정을 행하는 시점과 목적이 각각 다르다는 것이다.대표 사례는 2015년 발생한 창원시 무학산 살인사건이다. 국과수 감정에서 단서가 나오지 않자 경찰은 사건 당일 피해자와 동선이 겹친 약초꾼을 체포했다. 하지만 대검은 피해자의 등산용품 17점을 다시 살피다 장갑 안쪽에서 제3의 남성 DNA를 찾아내 진범을 특정했다. 약초꾼은 그날 밤 풀려났다. 엄 감정관은 "진범을 잡는 것만큼 무고한 사람의 무고함을 증명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감정관들은 재감정이 수사기관이나 피고인 어느 한쪽의 결론을 뒷받침하는 절차가 아니라 1차 감정 뒤 남은 의문을 다시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박 연구관은 "국과수 감정에서 확인되지 않았던 DNA가 대검에서 검출되기도 하고, 1차 감정 결과를 바탕으로 대검이 범행 정황을 구체적으로 밝혀내기도 한다"고 말했다.최 연구사는 "재감정 과정에서 수사기관의 판단, 1차 감정 결과, 피고인의 주장까지 모두 다시 검증된다"고 했다.◆ 별도 검증은 '안전 장치'국과수에서 확인되지 않은 흔적이 대검 감정에서 나오는 이유에 대해 박 연구관은 "장비나 기술의 차이는 아니다"고 했다. 그는 "차이는 감정물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고 어떤 목적으로 접근하느냐에서 생긴다"고 말했다. 국과수가 초동수사 단계에서 다수의 감정물을 신속히 살펴 피의자를 특정하고 수사 방향을 잡는 역할을 한다면, 대검은 기소 전후나 공판 단계에서 쟁점이 좁혀진 감정물을 더 정밀하게 들여다본다는 설명이다.일본에서는 사가현 경찰 과학수사연구소 직원이 2017년 6월부터 2024년 10월까지 약 7년 동안 DNA형 감정 130건을 부적절하게 처리한 사실이 드러나 감정 신뢰성 논란이 일었다. 최 연구사는 "감정을 할 수 있는 기관이 하나뿐이면 그런 폐해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이 때문에 감정관들은 DNA 재감정 기능을 국과수로 통합하거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으로 옮기는 방안 모두에 신중해야 한다고 봤다. 1차 감정과 재감정을 같은 기관이 맡으면 상호 검증이란 의미가 약해질 수 있고, 중수청이 맡게 될 6대 범죄도 대검 DNA 정밀감정이 주로 활용돼온 살인·성폭력·아동학대 사건과 거리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 연구사는 "별도의 재감정기관이 있다는 것 자체가 형사사법 절차의 안전장치"고 했다.[성채윤 기자]